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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첫날의 단상

2010.1.1.

5.4.3.2.1.zero!
네모난 화면을 점령한 둥근 아라비아산 제품의 아우성이 몇 번 이어진 후, 거리는 폭포수처럼 터지는 환호성으로 메워진다. 평소에 좀체 인지하지 못하고 살던 시각의 흐름은 새해 카운트다운으로 그 노골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지겹도록 반복되는 이런 의례행사가 '그러므로 너희는 새해여야 한다' 라는 전문의 수천년된 고문서로 보이는 것은 삐딱한 hallucination이려나.

따지고 보면 이 것은 명령도 고문서도 아닌 우리를 포함한 미래 후손들이 누리는 달고도 단 우주시각의 칵테일이다. 유한함을 무한히 뱉어내는 우주는 사시사철의 뺑뺑이를 통해 피조물에 대한 미안함을 표하는 바이지만, 이 표식으로 그 칵테일의 비율을 확정지으며 새로운 도수를 위한 건배 카운트다운을 하는 생물들은 우리들과 고등ET들 밖에 없다. 세월이 흐를수록 이 칵테일의 섞는 비율은 너무나도 정교해지고 섬세해져서 요즘은 초라는 단위의 소수점 아래 대여섯 자리정도는 기본으로 맞춘다. 다만 아쉬운 건, 이 칵테일을 공짜로 마시는 대신 우리는 이렇게 추운 때에 카운트다운을 하고, 각종 시상식을 하고, 마침내는 해맞이를 가야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도, 바꿀 수도 없어졌다는 그 사실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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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1/25 23:48 | PERMALINK | EDIT/DEL | REPLY
비밀댓글입니다
Tylof| 2010/04/22 23:37 | PERMALINK | EDIT/DEL | REPLY
ㅎㅎ 로긴을 잘 안해서 이제 봤네;; 내가 이런 글을 쓸 때 생략과 비약을 잘하지;; ㅋ
익룡이야| 2011/05/20 11:2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오늘은 hallucination, delusion, illusion의 차이에 대해 알아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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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대지위에 놓인 비효율성의 반란.

나는 그와 다시 한번 마주했다.

 

지난날 멋모르고 취해 뿌려놨던

낱말의 열매들을

이제는 하나하나 조심스레 거둬

그라인딩, 그리고  핸드드립.

 

넓은 대양위에 겁없이 떨어뜨린

잉크방울의 향취가 난다.

혹시나 커피가 닳아버릴까

조심스레 손끝으로 손끝으로.

 

實用書로 버석해진 입맛에

失用書의 비가 슴뻑 머금게려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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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나린다.
헐벗은 평화로운 초목을 훑으며 눈이 나린다.
어디선가 귀를 뚫고 지나가는 공기 한 가닥.


눈이 나린다.
허공을 성글게 점으로 채우며 눈이 나린다.
아무말없이 대지를 하얗게 덮어버리는 눈은
혁명에 어울릴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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